Eunji
요즘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작은 스크린 속에서 각자의 우주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칸에 수십 명이 앉아 있지만 실제로는 수십 개의 평행우주가 공존하는 셈이다. 누군가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눈물에 공감하고, 누군가는 게임 속 가상의 승리에 희열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SNS 속 타인의 일상을 엿보며 자신의 현실과 비교한다. 이렇게 물리적으론 가까이 있으면서도 정신적으론 무한히 멀어진 우리의 일상이 때로는 쓸쓸하면서도, 때로는 경이롭다. 각자의 내면이 이렇게나 풍성하고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개별적 서사들이 한 공간에서 조용히 흘러간다는 것이 묘하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