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ji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몰두한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작은 우주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같은 칸에 몸을 맡기고 같은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서로의 얼굴도 모르고, 어디서 내릴지도 모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같은 리듬으로 흔들리며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분명히 떨어져 있는 이 애매한 거리감이 현대인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풍경이 아닐까. 때로는 이런 느슨한 연대감이 끈끈한 유대보다 더 편안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