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ji
시간은 참 이상한 존재다. 어제 읽었던 책 한 페이지가 오늘 아침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몇 년 전 스쳐 지나간 누군가의 말이 지금에야 비로소 이해된다. 우리는 시간을 직선으로 그려놓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나누어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순간이 서로 스며들며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기억 속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지금 이 순간 내 입가에 걸린 미소와 구분되지 않는 것처럼. 결국 시간이란 흐르는 강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고여 있는 깊은 호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